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간다면 공항은 시작과 끝에서 꼭 만나게 되는 공간인데요. 여러분은 공항에서 보내는 시간이 얼마나 되시나요? 서너 시간의 여유를 두고 공항에 도착해서 여유롭게 수속을 마치고 공항의 이곳저곳을 거닐며 여행 시작의 설렘을 즐기는 사람도 있고, 공항에 도착해서 탑승까지 쉴 틈 없이 시간을 보내는 사람도 있겠죠. 저는 공항에서 설렘을 느끼는 순간부터 여행의 시작이라고 생각해서 공항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는 편입니다.
그런 공항에서 일주일을 보낸다면 어떨까요? 일주일 동안 공항의 상주 작가로 지내면서 공항을 오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알랭 드 보통의 ‘공항에서 일주일을’이라는 책은 여행객부터 공항 근무자까지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 보여줍니다.
헤어짐이 아쉬워 공항 안에서 맴도는 연인도 있고, 타야 하는 비행기를 놓친 당황스러움에 화를 내는 승객도 가끔 있습니다. 마지막 탑승을 알리는 방송을 통해 나오는 자신의 이름을 듣고 다급하게 탑승 게이트로 달려가는 승객도 종종 마주할 수 있죠.
우리에겐 크게 다르지 않은 각각의 비행기가 정비사에게는 각각의 이름과 기록을 가진 하나의 대상으로 다뤄진다니 한층 더 멋져 보였습니다. 그리고 항상 눈에 보이는 환경보다 더 어려운 상황을 가정하고 근무하는 보안요원을 ‘스릴러 작가’로 표현한 것에도 공감했고요. 저 역시 이 책을 읽은 이후, 보안검색대를 지날 때마다 괜한 긴장감이 생기기도 했거든요.
공항에 있는 사람 대신 사람이 있는 공항을 보기 🌱
이 책을 보다 보면 단순히 공항을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설렘으로 가득 채워지던 공항이라는 공간을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도 볼 수 있게 됩니다. 깔끔하고 화려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는 공항이지만, 다른 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어두운 면은 숨겨두고 그 도시의 사랑스러운 기억을 주기 위해 노력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이 건축물(히드로공항)은 승객이 그 공간 안에서 보내는 한 시간 정도의 시간에 현재 영국의 안쓰러운 모습보다 언젠가 될 수도 있는 모습을 제시하고 싶어 한다.’
출발과 도착, 그리고 만남과 헤어짐이라는 정반대의 의미가 함께하는 공항은 그만큼 다양한 모습의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이 됩니다. 국적과 나이도 겪어온 문화도 달라서, 같은 상황을 마주해도 다른 느낌이 들고 다른 판단을 할 수 있죠. 탑승 수속부터 출입국 심사까지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자동화된 시스템이 많이 늘어났는데, 이것이 더 편하게 느껴지는 승객도 있고, 변화를 어렵고 불편하다고 느끼는 승객도 있습니다. 그래서 아직까지는 ‘셀프’라는 이름이 붙은 서비스에도 도움을 주는 누군가는 계속 필요한 것 같아요.
다양한 모습의 사람들과 그만큼 많은 감정이 모이는 공항에서 이제는 저도 조금 다른 시선을 갖게 될 것 같습니다. 여행의 설렘만 있는 것이 아니라 긴장감과 아쉬움도 함께하는 공항이 각각의 감정을 어떻게 품어주고 있는지 기대하며 볼 것이고요.
‘수하물 찾는 곳과 비행기라는 대조적인 두 영역은 어떤 본질적인 이중성을 상징한다. 물질과 영혼, 무거움과 가벼움, 몸과 영혼의 이분법이 존재하는 느낌이다.’
여러분도 공항에 가신다면 그날의 공항은 어떤 감정으로 채워져 있는지 어떻게 다양함을 품어주고 있는지 한 번쯤 둘러보면 어떨까요? 혹시 모르죠, 우리가 같은 날 같은 공항의 장면을 보고 있을지도요.